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예전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이나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늘 부러웠다. 나 역시 어디 가서 말주변이 없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정말 타고난 이들이 많다. 그들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듣는 이의 마음이 쏙 빼앗기고, 심지어 그 자리에서 한강 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그들의 언어에는 묘한 힘이 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이 깃들어 있다. 한때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조직에 들어오면 일도 잘할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다. 물론 완전히 터무니없는 생각은 아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생각을 구조화하고 정리해 표현할 줄 안다는 뜻이니까. 즉, 사고할 줄 알고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을 잘한다’는 것에도 여러 결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혼자서 잘하는 것, 작은 조직과 큰 조직에서 잘하는 것, 겉으론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다른 점이 많았다. 공동의 목표를 이루려면, 글과 말의 능력은 분명히 중요한 필요조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글을 잘 쓰면서도, 그 글로 사람을 상처 입히고 공동체를 해치는 이들이 있다. 말도 마찬가지다. 말과 글이 화려한 사람일수록, 그 삶과 행동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오해한 만큼, 세상의 기대치도 높아진다. 말과 글이 앞서 나가면, 잠깐은 칭찬과 동경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엔 스스로 쌓아올린 신뢰의 탑이 너무 높아져, 그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이야기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것저것 말하는 건 쉽다. 상대방이 나를 잘 모르니, 내 말에 쉽게 감탄하거나 동의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이들에게는 말과 글보다 행동과 실천으로 신뢰를 쌓는 일이 훨씬 어렵다. 그들은 이미 나의 말과 행동을 오래 지켜봐 왔고, 말뿐인 약속이나 허세는 금방 들통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말과 글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결국 ‘행동’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말과 글은 순간의 감동을 줄 수 있지만, 행동은 오랜 시간에 걸쳐 신뢰를 쌓는다. 말과 글이 앞서 나가면 잠깐은 주목받을 수 있지만, 결국엔 내가 지킬 수 있는 선 안에서 말과 글, 그리고 행동이 서로 긴장감을 갖고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일부러 말과 글을 서툴게 해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말하고, 쓸 수 있는 만큼만 쓰며,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과도한 기대를 하지 말고, 오래 함께한 이들에게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하자. 결국, 진짜 실력은 말과 글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행동과 실천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그 실력이야말로, 내가 진짜로 닮고 싶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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