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가다
독일 VISA 영사과에 다녀왔다. 다른 화려한 영사관들과 달리, 서울역 옆 서울스퀘어 8층에 단촐하게 자리 잡은 모습이 마치 구멍가게 같아 신기했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독일에 작은 회사를 세우면서 비자를 받아야 했는데, 관련 안내가 영사관 홈페이지에 명확히 나와 있지 않았다. 궁금한 점을 문의하려고 메일을 보냈지만(전화는 당연히 안 된다), 두 달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 겨우 연락이 닿았을 때도, 결국 “일단 주어진 옵션(프리랜서 등)으로 신청하고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답뿐이었다. 속이 터졌지만, 독일이 원래 그런 나라라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장마가 한창인 어느 아침, 영사관에 도착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 역시나 담당자는 이런 특이 케이스는 현지로 문서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해외 쪽으로 신청했으면 됐을 텐데…) 어쨌든 75유로 정도 수수료를 내고 접수증을 받았다.
독일행은 사실 올해 초부터 준비했다. 중간에 도움을 주는 에이전시도 골랐고, 그 안내에 따라 서류, 재정, 보험, 사업계획서 등 여러 가지를 일하면서 준비하느라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독일에 간다고 알렸는데, 자꾸 일정이 미뤄지니 민망하기도 했다. 비자가 안 나오면 창피해서라도 다른 곳에서 최소 1년은 살아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 얻은 교훈은, 무슨 일을 계획할 때는 실행이 눈앞에 보이기 전까지는 굳이 주변에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전엔 주변에서 갑자기 큰 결정을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를 들으면 섭섭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이 이해된다. 현명한 사람은 실행 직전에야 이야기를 꺼내는 법이다. 계획은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40대에, 처와 자식 둘을 데리고, 사업도 아직 제대로 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독일에 간다고 하니, 대부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도 아니고, 논리로 반박할 수도 없으니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래도 지혜로운 분들은 묵묵히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 주셨다. 결국, 계획은 나 자신에게조차 큰 의미가 없다. 인생의 결정과 책임은 결국 내가 지는 것이니까. 아무리 가까운 가족, 친구, 동료라도 내 인생의 선택과 책임은 오롯이 내 몫이다. 이 점을 착각하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계획을 공유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아, 한 명은 예외다. 당연히 내 아내, 인생의 파트너에게는 모든 걸 공유하고 함께 결정해야 한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비자가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먼저 베를린에 가서 집을 구하고, 가족을 부를 수 있다. 비자가 나오면 한국의 고객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할 생각이다. 해외에서 일하게 되더라도(사실 이미 대부분 리모트로 일하고, 미팅만 오프라인으로 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약속할 계획이다. 분기에 한 번은 출장 나와서 얼굴을 보고 미팅도 해야 할 것 같다. 제일 좋은 건, 독일 현지에 클라이언트를 많이 만들어서 한국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줄여가는 것이다. 강점을 극대화하라 했으니, 위치도 내 강점이 될 수 있다.
독일에 가게 되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부모님께 손주들이 크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동생 가족도 미국에 있어서 손주들을 자주 못 뵙는데, 이 점은 정말 죄송스럽다. 하지만 결국, 인생은 각자 자기 삶을 사는 게 아니겠는가. 부모님도 이를 받아들이려 노력해 주셔서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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