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

Sat Feb 21 2026 15:36:34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조회 0

한국에선 어른이 되기 쉽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정의는 단순하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그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이 경험을 온전히 해보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문이과 선택, 대학교와 전공, 취직, 심지어 배우자를 정하는 일까지 인생의 굵직한 결정들마다 부모의 개입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30-40대가 되어 부동산 계약을 할 때도 부모님이 동행하는 일이 적지 않고,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말에 부모가 반대해 수년을 더 다니는 사람도 있다. 결혼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부모의 한마디에 관계가 끝나기도 하고, 이사할 동네나 집 크기조차 부모의 의견이 먼저인 경우도 있다. 이유는 늘 비슷하다. "처음이라 실수할까봐." "네가 경험이 없어서." 틀린 말이 아니다. 처음은 누구나 서툴고, 자녀가 힘든 길을 걷는 걸 지켜보는 게 부모 입장에서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 나는 안다. 다만 돌아보면, 그 과정에서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감당할 기회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배움이란 뭘까. 선택하고, 그 결과를 좋든 나쁘든 스스로 감당하면서 다음엔 조금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 그 근육은 실패 없이는 생기지 않는다. 부모가 결정을 대신해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녀가 처음으로 혼자 선택하고 책임지는 경험은 그만큼 뒤로 미뤄진다.

오늘 아이가 혼자 양치를 하고, 그 까다로운 신발을 스스로 신고 벗는 모습을 봤다.

얼마 전까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 모든 걸 도와주고 있었다. 아이가 버벅거리면 기다리지 못하고 손을 뻗었고, 신발 끈이 잘 안 풀리면 그냥 내가 풀어줬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계속하면 언제까지 내가 도와줘야 하지? 이 아이는 언제 스스로 하는 법을 배우지?

그날부터 일부러 손을 뺐다. 시간이 걸려도, 중간에 실수를 해도, 그냥 옆에서 지켜봤다. 처음엔 답답했다. 하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잘 해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거기서 어른의 시작을 봤다. 작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스스로 해내는 경험. 내가 부모로서 해야하는 것은 참고 기다려주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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